예정일이 다가 올수록 설레는 마음이 커졌다.
시험관 과정 중 두번의 유산을 겪으며 이 아가마저 잃을까 노심초사했던 그 시간에 비하면 출산은 나에게 그닥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무슨 일이던 정신력이 9할이다.‘
전 날 밤 12시부터 금식하고 오전 8시에 입원했다.
간호사 선생님이 필요한 부분 제모도 해주시고, 항생제 반응 검사도하고, 체혈도 하고 링거달고 수술 준비를 시작해본다.
항생제 반응 검사가 아프다고 하는데 그냥 일반 주사 따끔하는 수준이었다.
원래 체혈하고 거기다가 바로 링거를 달아주신다고 했는데 1차 실패 후, 손목에 2차 시도했으나 또 실패… 이 때 시작된 멍이 연결된 혈관을 다 터트리는 바람에 12일이 지난 지금도 왼팔 전체에 멍이 들어있다.
오른쪽 팔 손목으로부터 위로 10센치 정도 올라간 부위에 다시 시도해서 드디어 성공!
자~ 수술실 들어갑니다.
마취도 별거 없었고, 아가를 밑으로 밀어내는 과정도 순탄했다. 아가를 꺼내는 과정에서 몸이 들썩 들썩 들렸지만 아가가 건강하게 나오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잘 참게 됐다. 다만, 가슴 아래까지 늘어난 자궁을 꿰메는 과정에서 통증이 있었다. ‘왜 배를 꿰매는데 왜 심장이 아픈거야’ 싶어서 여쭤보니 가슴 아래까지 늘어난 자궁을 당겨서 꿰메는 거라 통증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유를 알고 나니 ’오케이 내 건강에는 이상 없으니 패스!‘
3월 27일 오전 9시 45분 아가가 태어났고, 남은 처치까지 끝나니 10시 7분이었다.
철분 수치가 낮아서 수혈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으나 아무 문제 없이 수술은 끝났다.
우리 아가는 태어날 때부터 태지도 얼마없이 깨끗하게 나왔고, 양수를 먹어서 울음 소리가 조금 탁했지만 알아서 잘 울었다. 두혈종 때문에 머리 한쪽이 무도사처럼 튀어나왔고, 코피지가 있었지만 흔하게 발생하는 것이기도하고 자연스럽게 없어진다고 하니 다행이다.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를 달고 있으니 배를 쨌는지 어쨋는지 감각이 없다. 그냥 천하무적이다.
밤 11시부터 물을 마셔도 됐고, 다음날 오전 소변줄을 제거했다. 4시간 내로 자가 소변을 보지 않으면 다시 소변줄을 꽂아야 한다는 말에 병원 복도를 5바퀴 돌았다. 10분 남겨놓고 미션 완료!
점심부터는 식사도 가능해서 잘 먹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부지런히 움직이면 붓기가 빨리 빠질거라고 생각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사이즈로 커져버린 종아리와 허벅지를 보며 무서웠다. 걷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붓기 박살에는 압박 스타킹이 최고였다.
너무 부어서 처음에는 무릎 밑까지 오는 것으로 신고, 그 다음날부터는 허벅지까지 오는것으로 신었다. 공기압 마사지기도 샀는데 그것보다 압스가 효과 직빵!
인생 살면서 압스 처음 신어봤는데 효과가 어마 어마해서 나는 앞으로도 압스를 즐겨신을 것 같다.
참고: 내가 신은 압스는 스피러스(Spirus) 브랜드.
임신중에 15키로가 쪘는데 수술 후 고작 200그램 빠져서 실망스러웠지만, 다리 붓기 빠지는 속도만큼 몸무게도 쫘라라락 빠짐. 모두덜 걱정하지 마시라!!!
하루에 한번씩 고비가 찾아왔다.
나의 첫번째 고비는 이 올라온 자궁을 밑으로 내리는 마사지였다.
자궁 수축제도 달고 있었기 때문에 마사지를 하지 않는 순간에도 배는 아프다. 마사지를 통해 자궁을 밀어내는 과정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어차피 거쳐가야 할 과정이니 하루라도 빨리 빡씨게 밀어버리자 하는 마음으로 버텼다.
임신중 자궁은 원래 사이즈보다 1000배 정도 커지고 갈비뼈 부근까지 늘어나 있기 때문에 손으로도 만져지는데 몇 주간에 걸쳐 다시 원래 사이즈로 돌아가고 치골 밑으로 내려가서 더이상 만져지지 않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페인버스터과 진통제를 제거하고 나니 통증이 이제 꾸준히 느껴진다. 하지만 다 참을만한 고통이었다. 그리고 하루에 한번 새벽 3-4시쯤 고비가 오는데, 너무 아프면 무조건 참지 말고 진통제를 맞으라는 블로거님들의 조언에 따라 그랬어야 하는데!!!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버티다보면 1-2시간이 지나있고 통증은 멈추지 않았다.
여튼 나는 6박 7일 동안 총 4번의 진통제를 맞았는데 혹 다음에 또 제왕을 해야한다면 고민도 없이 바로 진통제를 맞을 것이다.
큰 고비도 어려움도 없이 입원 출산 회복까지 마쳐버렸다. 해산의 고통을 통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는데 어머니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내 가방은 내가 메고 계단도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조리원으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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