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인지도 모르고 몇 년을 보냈고, 시험관 2년 차에 찾아온 감사한 아가.
그래서인지 출산 준비보다 임신이, 임신보다 출산이, 그리고 아직까지는 출산보다 육아가 더 쉽다고 믿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순간은 불쑥 찾아온다.
나는 우울감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믿었는데, 이상과 현실의 차이였던 걸까. 어느 순간 눈물이 넘쳐흘렀다.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중에서도 꼭 지키고 싶은 한 가지는 “웃는 얼굴로 아이를 대하기”.
특히 수유할 때만큼은 더 따뜻하게, 더 다정하게.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눈물을 닦고, 콧물을 풀고, 다시 재장전한다.
자고 일어나자마자 젖병을 삶고, 양치를 하고, 대충 얼굴을 씻었다.
아직은 새벽 수유를 남편이 도와줘서 버틸만하다.
빨래를 돌리고, 헹구고, 널고… 반복되는 루틴.
아가의 기저귀를 갈다가, 엉덩이 씻기는 김에 오늘은 첫 샤워까지.
엄마 인생 28일 만의 첫아기 샤워. 그동안은 병원, 조리원, 그리고 남편의 손에 맡겼던 일이었다.
이제는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남편 없이 혼자 육아를 감당해야 한다.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체력도 함께 준비한다.
버둥거리는 아가를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씻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더 힘든 건, 샤워 중 벌벌 떠는 아가를 보면 밀려오는 미안함과 안쓰러움이다.
오늘도 분주하게 몸을 움직이고 또 움직인다.
마음이 불안한 건, 아마 육아가 아직 낯설고 서툴러서일 것이다.
그래서 다른 것이라도 잘하고 싶은 심리가 생겨서 자꾸 몸을 움직이나 보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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